

우리는 살아가며 누구나 한 번쯤 "마음이 예전 같지 않다"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끝을 알 수 없는 무기력함, 이유 없는 슬픔, 즐거운 일이 즐겁지 않고 맛있던 것이 맛있지 않을 때, 잠 못 이루는 밤들이 반복될 때,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고통으로 몸부림칠 때, 우리는 이를 ‘우울증’이라 부릅니다. 흔히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하지만, 실제로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이에게 우울증은 단순히 기분의 문제를 넘어 삶의 근간을 뒤흔드는 처절한 고통입니다.
과거에는 우울증을 개인의 의지나 성격 문제로 여기곤 했습니다. 하지만 현대 의학은 우울증을 명확한 ‘뇌의 변화가 동반된 생물학적 질환’으로 정의합니다. 감정과 의욕을 조절하는 뇌 회로의 신경전달물질이 불균형해지거나, 특정 부위의 활성도가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현상인 것입니다.
우울증 치료의 기본은 상담과 약물 치료입니다. 대체로 급한 불을 끄는 것은 약물 치료의 역할입니다. 하지만 모든 환자가 약물 치료에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닙니다. 약을 복용해도 증상이 만족스러울 정도로 나아지지 않는 ‘치료 저항성 우울증’을 겪기도 하고, 다양한 약물 부작용으로 인해 치료를 그만두고 싶어 하는 분도 계십니다. 게다가 우울증은 종종 반복해서 찾아옵니다. 재발이 반복될 때면, 삶에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분들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 치료법이 바로 TMS(경두개 자기자극술, 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입니다.
TMS는 자기장을 이용해 뇌의 신경세포를 직접 자극하는 비침습적 치료법입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전자기 코일을 머리 표면에 위치시킨 뒤, 강력한 자기장을 발생시켜 배외측 전전두엽(dorsolateral prefrontal cortex)를 활성화하는 원리입니다.
우울증은 뇌과학적으로 전두엽의 기능이 저하된 경우가 많습니다. TMS는 이 부위에 자기장 자극을 주어 신경세포를 깨우고 뇌기능을 정상화하도록 돕습니다. 의자에 편안히 앉아 20~30분 정도 자극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치료 즉시 일상생활이 가능합니다. 약물이 전신에 영향을 주는 것과 달리 TMS는 목표 부위만 정밀하게 자극하므로, 임산부, 수험생, 어르신, 면역저하자 등 약물 부작용이 우려되는 분에게도 안전한 대안이 됩니다.
2025년 3월, 계요병원 뉴로모듈레이션센터가 개소하며 TMS 중에서도 뇌의 심부를 넓고 깊게 자극하는 심부자기장치료(deep TMS) 기계를 도입했습니다.
효과는 드라마틱 했습니다. 통상 약물치료라면 효과를 확인하기까지 최소 4~6주 정도 시간이 소요되지만, deep TMS는 시술 당일부터 수면의 질이 개선되거나 머리가 정돈되는 느낌을 받는 환자분이 많았습니다. 표준 치료인 20회를 완료했을 때 증상 호전도와 일상생활 만족도는 매우 높게 나타났습니다. 고가의 장비 도입이 치료진에게도 적잖은 부담이었으나, 환자분들의 호전 양상을 보며 “제값을 톡톡히 한다”는 것이 임상가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우울증은 당연했던 일상을 앗아갑니다. 그런 환자분들께 다시 평범한 하루를 돌려드린다는 점에서 deep TMS는 우울증 치료의 새로운 빛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울증은 부끄러운 병도, 숨겨야 할 결점도 아닙니다. 단지 우리의 뇌가 잠시 지쳐 에너지를 잃은 상태일 뿐입니다. 어두운 터널 속에 있을 때는 그 끝이 보이지 않아 막막하지만, 의학 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생각보다 더 밝은 등불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deep TMS는 단순히 증상을 억제하는 것을 넘어, 일상에서 만족감과 평온함을 느낄 수 있도록 뇌의 기능을 되살려주는 마중물 역할을 합니다. 약물 치료가 힘들거나 장기간 우울증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진료실에서 전문의와 상의하여 deep TMS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고려해 보시길 권합니다.
당신의 일상이 다시 따뜻한 빛으로 채워지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계요병원 뉴로모듈레이션센터 부센터장 백수현